빅테크의 화이트칼라 대량 해고가 연쇄적으로 기존 복지 시스템의 흡수 한계를 초과하면서, 기본소득이 이론적 논의에서 선진국 전반의 긴급 입법 의제로 격상된다.
메타·아마존·구글이 단일 분기에 AI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화이트칼라 일자리 40만 개를 삭감하자, 충격은 과거의 기술 침체와 전혀 달랐다. 해고된 이들은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대출이 남아있고 대학원 학위를 가졌지만 노동조합 안전망은 없는 중견 전문직이었다. 수년이 걸리는 기존 재교육 과정과, 단기 블루칼라 실직을 기준으로 설계된 실업보험 시스템은 수개월 만에 한계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 채무불이행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기술 집중 도시 지역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EU 3개국의 긴급 기본소득 파일럿이 소비 지출을 간신히 안정시켜 완전 불황을 막았다. 독일의 긴급 입법은 기본소득을 복지가 아닌 경제 인프라로 재규정했다. 더 이상 자격증이 시장에서 자리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바닥을 만든 것이다.
2028년 2월 함부르크에서, 8개월 전 해고된 44세 전직 클라우드 인프라 설계자 마르쿠스 바우어는 은행 앱을 열어 독일의 새 기본소득 프로그램에서 1,200유로가 입금된 것을 확인한다. 그는 집세를 낸다. 반쯤 작성된 컨설팅 제안서가 열린 노트북 앞 식탁에 앉는다. 구제받은 것인지, 지워진 것인지 모르겠다.
재정 보수주의자들과 일부 진보 경제학자들은 구조 개혁 없이 속도전으로 도입된 긴급 기본소득이 노동 수요 붕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의존성만 고착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가가 생존을 보조하는 이상, 인간을 고용하는 분야에서 고용주들이 이 바닥을 임금 상한선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