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정부와 첨단 AI 기업 간의 양자 MOU가 증가하면서, 국제 AI 거버넌스의 구조는 다자 질서에서 배타적 기업-국가 동맹의 그물망으로 분열된다.
한국의 2025년 앤트로픽 MOU가 시작이었지만, 18개월 안에 12개국이 뒤를 따라 각기 다른 첨단 AI 기업과 데이터 공유 특권, 규제 면제, 때로는 방위 응용을 포함한 배타적 협정을 체결했다. 각 협정의 조건들은 어떤 일관된 다자 프레임워크와도 양립하기 어려웠다. 3년에 걸쳐 준비된 UN 글로벌 AI 프레임워크가 제네바에서 최종 협상에 돌입했을 때, 산수는 명확했다. 양자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은 이미 기업 파트너에게 면제해 준 투명성 및 역량 제한 조항을 비준할 수 없었다. 프레임워크는 붕괴했다. 세계 AI 거버넌스 구조는 이제 비대칭 양자 관계의 성좌가 되었고, 기업 후원자가 없는 국가들은 그냥 밖에 남겨졌다.
2029년 11월 제네바, 말리의 AI 정책 대표단 아마라 디알로 박사는 최종 회의가 끝난 뒤 한참 지나서도 팔레 데 나시옹 본관 빈 홀에 홀로 앉아 있다. 노트북 화면에는 다자 프레임워크가 사망했음을 외무장관에게 설명하는 메모 초안이 켜져 있다. 그녀는 아직 쓰지 못한 마지막 문단 앞에서 손을 멈춘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부 학자들은 기업-국가 AI 동맹이 국제 거버넌스를 파편화하기는 하지만, 강대국이 주도하는 UN 컨센서스 프레임워크보다 더 신속하고 책임 있는 AI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첨단 AI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소규모 국가들이 다자 과정에서는 결코 얻지 못했을 안전 감독과 기술 교육, 정책 자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