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군사 동맹을 선택하듯 AI 공급사를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세계는 새로운 이념적 단층선을 따라 경쟁 진영으로 갈라진다.
한국의 앤트로픽 MOU와 중국의 자국 LLM 의무화로 시작된 흐름은 조용히 공식적인 지정학적 진영화로 확대된다. 2031년이 되면 G20은 미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쓰는 미국 진영, 국가 지원 파생 모델을 쓰는 중국 진영, 오픈소스 주권을 시도하는 파편화된 비동맹 그룹 등 세 개의 AI 블록으로 분열된다. 무역 협상에는 이제 AI 상호운용성 조항이 포함되고, 공급사를 바꾸는 나라는 군사 기지 협정 변경에 준하는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모델을 구동하느냐가 어느 나라의 정보 기관이 자국 데이터 아키텍처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박지수 대사는 2032년 브뤼셀에서 EU 무역 협상 담당자와 마주 앉아, 이미 400개 병원에 도입된 한국의 새 진단 AI를 왜 EU 승인 모델로 교체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협상 담당자는 능숙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논의 중인 무역 패키지 규모는 110억 유로다. AI 조항은 두 단락이다. 두 사람 모두 그 두 단락이 유일하게 중요한 내용임을 알고 있다.
오픈소스 AI 옹호자들은 블록 형성이 오히려 진정한 주권형 커뮤니티 모델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한다고 주장한다. 미스트랄 주도의 커먼 스택 이니셔티브는 2033년까지 20개국의 지지를 얻어 실질적인 제3의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모델이 최전선 블록 모델의 약 40% 수준의 성능에 그치며, 특히 국방·의료 분야에서 그 격차가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