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가 양자 방위 협정의 메뉴판으로 해체되면서, 비회원 파트너국들은 처음부터 독자적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미국의 반복적인 일방적 군사행동이 집단안보의 근간인 신뢰를 잠식한다. 자국이 승인하지 않은 분쟁에 끌려들기를 거부하는 유럽 각국 수도는 나토 의무를 선택사항으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2030년이 되면 동맹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느슨한 양자 협정의 거미줄로 운영된다. 한국, 호주, 일본처럼 오랫동안 미국 안보 우산 아래 있던 국가들은 지정학적 무인지대에 놓이게 되며, 지역 위협은 그대로인 채 워싱턴과 브뤼셀 양쪽과 독립적인 방위 관계를 협상해야 한다.
2031년 3월 어느 화요일 새벽 2시, 박지연 대령이 용산 국방부 지하 회의실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화면에는 두 건의 상호방위 양해각서 초안이 띄워져 있다 — 하나는 워싱턴, 하나는 브뤼셀 앞이다. 어느 쪽도 상대방을 우선시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문구가 세심하게 조율되어 있다. 그녀가 정보 공유 조항을 하이라이트하고, 지우고, 다시 타이핑한다. 휴대폰이 울린다 — 외교부 장관이 오전 7시 국무회의까지 두 문서를 모두 준비해달라는 연락이다. 네 번째 커피에 손을 뻗으며 그녀는 국가 안보가 언제부터 교정 편집 작업이 됐는지 자문한다.
분절된 동맹 체계는 역설적으로 수십 개 국가를 분쟁에 자동 연루시키는 트리거 메커니즘을 제거함으로써 대규모 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규모의 의도적 연합은 형성 속도는 느리지만, 일단 형성되면 정치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거대 동맹의 시대 자체가 냉전 양극 체제의 이례적 산물이었으며, 유연한 파트너십이 다극 세계를 더 잘 반영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