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이 권력형 비리의 사각지대를 만들자, 형사 사법에 대한 직접 민주주의적 참여 요구가 폭발하며 시민 직접수사청구제가 탄생한다.
대한민국이 오랜 논쟁 끝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완료한다. 새로운 공소청이 기소를 담당하고, 경찰이 수사를 맡는다. 그러나 개혁은 의도치 않은 틈새를 만든다.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이 기관 사이에 빠지면서, 경찰도 검찰도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여러 건의 고위층 부패 스캔들이 무기한 정체된다. 국민적 분노가 쌓인다. 헌법학자가 '시민수사청구제'를 제안한다 — 60일 이내에 50만 건의 본인 인증 전자서명이 모이면, 공소청이 법적으로 공식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 역대 최저 지지율에 직면한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킨다. 첫 번째 청구 대상은 경찰과 검찰 양측에서 보류되었던 부동산 거래 의혹의 전직 장관이다. 수사가 진행된다. 2년 내에 이 청구 메커니즘이 14차례 사용된다. 비판론자들은 군중 재판을 경고하고, 지지자들은 보통선거 이래 가장 의미 있는 민주적 혁신이라 부른다. 사법부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29년 10월 어느 수요일 새벽 2시, 변호사 윤서연이 서울 마포구의 좁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앉아 있다. 세 대의 모니터가 앞에서 빛나고 있다. 하나는 115만을 넘어 올라가는 실시간 서명 카운터를 보여준다. 다른 하나에는 임계치가 넘어가는 순간 제출할 법률 의견서가 표시되어 있다. 세 번째는 마흔 명의 자원봉사 변호사들이 청구서의 증거 부록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 논의하는 단체 채팅방이다. 전화기가 진동한다 — 한 방송사가 새벽 출연을 요청한다. 그녀는 소리를 끈다. 카운터가 올라간다. 31시간째 잠을 자지 않았고, 인생에서 이보다 확신에 찬 적이 없다.
시민 직접수사청구는 형사 사법을 정치적 보복의 무기로 만들 위험이 있다. 충분히 조직화된 온라인 운동은 누구든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 부패한 자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파, 인기 없는 기업인, 공분을 사는 문화인까지. 50만 명이라는 문턱은 높아 보이지만, 바이럴 동원 도구를 갖춘 초연결 사회에서는 사소할 정도로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사법 시스템의 신중한 속도에는 이유가 있다 — 군중이 법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