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으로 묶인 동맹국들마저 호르무즈 해협 미군 작전 참여를 거부하면서, 의무적 동맹 참전이라는 개념이 10년 내에 붕괴한다.
2027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박한 대치가 벌어진 후, 미국이 동맹 의무를 발동하지만 일본, 한국, 유럽 여러 동맹국이 국내법적 제약과 여론 반대를 근거로 파병을 거부하는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거부에 대한 공식적 제재가 없자 동맹 의무는 구속력이 아닌 권고 사항이라는 선례가 확립된다. 2033년에 이르면 각국이 실시간 비용-편익 대시보드를 통해 분쟁별 참여를 협상하는 새로운 '알라카르트 안보' 체제가 등장하여 군사 협력을 시장처럼 다루게 된다. 소국들은 사이버 부대, 의무대, 병참 같은 틈새 역량을 제공하면서 전투병 파견은 보류하는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레버리지를 얻는다. 이 체제는 과잉 개입 방지에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지만, 진짜 긴급 상황에서는 치명적으로 느리다.
2033년 3월, 헤이그의 창문 없는 상황실. 새벽 4시. 아니카 포스 대령이 17개 동맹국의 실시간 참여 의사 슬라이더가 표시된 화면을 응시한다 — 녹색은 전면 참여, 주황은 병참만, 적색은 불참. 에스토니아가 녹색에서 주황으로, 덴마크가 아예 적색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본다. 작전 승인에는 녹색 12개가 필요하다. 현재 4개. 그녀는 참모들이 이제 '바자르'라 부르는 제2차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수화기를 든다.
유연한 연합은 오히려 모든 참여국이 마지못한 의무가 아닌 진정한 의지로 참여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자발적 파트너들이 수행하는 전쟁은 조약에 묶인 비자발적 동원군이 유지하는 전쟁보다 더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