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 보장 철회가 동아시아 중견국들에게 독자 핵무장과 패권국 없는 역내 집단 방위 조약 사이의 전례 없는 선택을 강요한다.
미국이 수십 년간의 동맹 회의론을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자, 예상되었던 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미국의 신뢰도가 침식되는 것을 보며 성장한 세대의 동아시아 외교관들이 이미 조용히 대안을 작성해 왔다. 한국, 일본, 호주가 새로운 안보 구조의 핵심을 형성한다. 단일 지배 강국이 없는 구조다. 가장 어려운 협상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다. 서울과 도쿄가 핵 지휘권을 공유하려면 19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불완전하게나마 해결한다. 대안이 중국과 북한을 혼자 맞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취약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진정한 다자적 체제다. 역사상 단일 회원국이 거부권을 갖지 않는 최초의 주요 안보 동맹이다.
2029년 11월 비 오는 아침, 52세의 김소연 제독이 제주 합동작전센터에 서서 통합 지휘 아래 최초로 실시되는 한일 합동 해군 훈련의 실시간 영상을 바라본다. 옆에서 나카무라 겐지 해군 중장이 통역 이어피스를 조정한다. 둘 다 상대방의 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 그들의 할아버지는 적으로 싸웠다. 전술 디스플레이에 4개국 34척의 함정이 동기화된 대잠 훈련을 수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 제독의 손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워싱턴을 거치지 않는 핵 지휘 체계에 연결된 콘솔 위에 놓여 있다. 3년간 이를 위해 훈련했다. 아직도 이것이 현실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일 간 역사적 적대감은 전략적 편의가 이어붙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깊다. 군사 협력의 모든 이전 시도는 국내 정치에 좌초되었다. 위안부 배상, 강제 징용 소송, 독도 영유권 분쟁. 공동 핵 지휘는 수십 년간의 실패한 화해가 달성 불가능함을 시사하는 수준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미국 보장의 철회가 단결이 아닌 각국이 독자 역량을 추구하는 분열된 군비 경쟁으로 이어져 지역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