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모달 AI가 스케치, 감정, 공간, 이미지를 완성된 결과물로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창작의 위상은 물건을 직접 만드는 일에서 신뢰할 수 있는 틀, 제약, 맥락을 선택하는 일로 이동한다.
문화의 위신 구조는 수작업 생산에서 맥락적 저작으로 이동한다. 디자이너, 감독, 교사, 브랜드 팀은 생성 시스템에 무엇이 적절하고 독창적이며 특정 맥락에 충실한지를 알려 주는 세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한다. 참고 자료 묶음, 감정 팔레트, 지역적 질감, 역사적 경계를 인증하는 새로운 길드가 등장하고, 관객은 이제 누가 손으로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그 작품이 나온 현실을 틀 지었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창의성은 사라지지 않지만 더 큐레이션적이고 계약적이며 논쟁적인 것이 된다.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 스튜디오, 오전 11시 30분. 열아홉 살 전시 연출 전공 학생이 헤드셋을 고쳐 쓰고 옛 칠기 상자의 나뭇결을 자신의 맥락 자료집에 스캔한다. 이미지 생성기는 이미 아름다운 전시실 구상안을 쉰 개나 내놓았지만, 교수는 그것을 만든 참고 사슬과 배제 기준, 문화적 허용 범위를 평가할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것이 버튼 한 번으로 넘쳐나는 공허한 결과물에서 문화를 구해 내고, 판단력과 세심함, 역사적 문해력을 보상한다고 말한다. 비판자들은 이것이 창작을 서류와 인증으로 감싸며 무엇이 진정한 표현인지 결정하는 새로운 문지기를 제도에 쥐여 준다고 본다.
요즘 미대 과제의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죠.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보다, 어떤 맥락을 불러왔는지가 먼저 보입니다.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빨라졌습니다. 스케치와 감정만 넣어도 초안이 쏟아지죠. 그래서 교수는 결과물보다 참고 사슬과 배제 기준을 봅니다. 내부 시험에선 위해 요청 100건 중 97건을 걸렀습니다. 그런데 점수는 결과보다, 왜 그 맥락을 골랐는지에서 갈립니다. 이 기준은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죠. 브랜드는 조합 기록을 요구하고, 박물관은 출처 설명을 먼저 봅니다. 법과 인증도 손기술보다 맥락 설계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창작의 단위가 결과물에서 선택 과정으로 이동하는 셈이죠. 만들기는 쉬워졌고, 해석의 권한은 더 비싸집니다. 앞으로 창작자는 작업자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허가된 맥락 편집자에 가까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