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한 사람의 평생 기록으로 학습한 개인 모형을 상속받으면서 축적된 판단력이 논쟁적인 재산으로 변한다.
개인 모형은 일기나 문서에 담기지 않은 암묵적 지식의 저장소가 된다. 상속인과 고용주, 연구 동료들은 누가 모형에 질문하고 수정하거나 침묵시킬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투기 시작한다. 상속 설계에는 기억의 경계, 허용되는 질문, 모형을 폐기할 날짜까지 포함된다.
밤 11시 40분, 보스턴의 한 아파트에서 박미나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모형에게 왜 유망한 화합물을 포기했는지 묻고, 익숙한 조급함이 묻어난 대답을 듣자 노트북을 닫는다.
학습된 모형은 의도나 정체성을 보존하지 않은 채 행동 양식만 흉내 낼 수 있다. 그 출력을 고인의 판단으로 취급하면 상속인이 동의를 조작하고 직장의 통제를 죽음 이후까지 연장하거나 통계적 유사성을 당사자의 뜻으로 오인할 수 있다.
밤 11시 40분, 미나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모델을 엽니다. 미완의 연구를 왜 접었는지 묻자, 익숙한 말투로 답이 돌아오죠. 아버지의 이메일과 실험 노트, 회의록이 모델 안에 남았습니다. 추론 비용은 2년 사이 280배 넘게 낮아졌죠. 개인의 판단력도 복제 가능한 자산이 된 겁니다. 모델이 연구를 완성해 수익을 냅니다. 그러자 가족과 회사가 함께 소유권을 주장하죠. 숙련자의 이직은 이제 한 사람의 이동이 아닙니다. 업무 기억을 가진 인간과 모델이 함께 움직이죠. 노동자는 경력 자산이라 하고, 기업은 영업비밀이라 맞섭니다. 국가는 접근권, 수익 배분, 삭제 시점을 신탁으로 정하기 시작합니다. 모델은 아버지 특유의 조급한 말투로 답합니다. 미나는 노트북을 닫죠. 죽음을 모르는 마음에, 우리는 어디까지 죽은 자의 뜻을 맡겨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