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AI 지도와 기기 간 계획 도구를 통해 재난 피해 지역은 국가 통신망이 복구되거나 공무원이 돌아오기 전에 임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도서관, 진료소, 공동주택 주민회는 지도, 물자 기록, 의료 지침, 의사결정 규칙을 담은 오프라인 시민 자료 묶음을 관리한다. 통신이 끊기면 주변 기기들이 임시 협의회를 구성해 물을 배분하고 대피소를 열며 지역에서 서명·검증된 지침을 배포한다. 이 제도는 생명을 구하지만,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공공 기반 시설로 볼 것인지 허가받지 않은 권력 중심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새로운 지정학적 갈등도 낳는다.
태풍이 지나간 지 이틀째 되는 날 해 뜰 무렵, 한성호는 제주 어촌의 침수된 진료소 앞에 서 있다. 휴대전화에는 국가 통신망 신호가 잡히지 않지만, 언덕 위에 보관된 인슐린까지 이어지는 지역 검증 경로와 이를 배분할 권한을 받은 이웃 네 명의 이름이 표시된다.
같은 도구를 이용해 무장 세력이 그럴듯한 명령을 내리고 지역 지도를 조작하거나 주민의 동의 없이 비상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정당한 상호부조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앙 체계가 실패한 바로 그 순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다.
태풍 이틀째 새벽입니다. 한성호는 침수된 진료소 앞에서 신호 없는 휴대전화를 켜죠. 화면에는 언덕의 인슐린과 배급자 네 명이 뜹니다. 국가 통신망은 끊겼지만 단말 200대가 서로 연결됩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로 물자와 실종자 정보의 변경분만 나누는 거죠. 오프라인 인공지능은 안전 경로와 부상 우선순위를 계산합니다. 주민들은 기록을 대조합니다. 이어 임시 조정자를 뽑아 물을 배분하고 대피소를 엽니다. 조직된 마을과 끊긴 마을의 생존 격차가 벌어집니다. 국회는 임시 시민망을 재난 기반시설로 인정하죠. 다른 나라도 뒤따릅니다. 동시에 가짜 명령과 조작 지도를 막겠다고 나섭니다. 등록제와 비상 차단권도 함께 도입하죠. 정부가 정당한 상호부조까지 위협으로 규정해 망을 끈다면 어떨까요. 중앙이 사라진 72시간, 주권은 신뢰할 지도를 그리는 사람의 것일까요.